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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리포트] 트럼프(2기) 1년 평가, 사회·문화 갈등 분석

by 하마로라 2025. 12. 5.

워크(Woke)문화와의 전쟁

‘워크(Woke)’ 문화와의 전쟁: 문화적 역성혁명과 두 개의 미국

“미국을 좀먹는 좌파 이념 바이러스를 뿌리 뽑겠다. 우리 아이들을 지키고, 남자를 남자답게, 여자를 여자답게 돌려놓을 것이다.”

2025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공공기관 내 분열적 개념(Divisive Concepts) 금지’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그가 지목한 적은 명확했습니다. 소위 ‘워크(Woke·깨어있는 시민)’ 문화라 불리는 진보적 사회 정의 운동, 즉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성소수자(LGBTQ+) 권리, 그리고 구조적 인종차별론(CRT)이었습니다.

지난 1년, 미국 사회는 물리적 내전은 없었으나 그보다 더 치열한 **‘이념적 내전(Ideological Civil War)’**을 치렀습니다. 학교, 기업, 군대, 병원이 모두 전장이 되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주도로 진행된 ‘문화적 역성혁명’의 1년 기록을 심층 분석합니다.

1. 교실의 전쟁터화: “내 아이에게 그런 걸 가르치지 마라”

전쟁의 최전선은 학교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교육부를 “좌파 세뇌 교육의 본산”이라고 비난하며 예산 삭감과 폐지를 위협했습니다. 대신 연방 자금 지원의 조건으로 **‘생물학적 성별에 따른 화장실 및 라커룸 사용 의무화’**와 **‘비판적 인종 이론(CRT) 교육 금지’**를 내걸었습니다.

이에 따라 공화당 주지사가 있는 주(Red States)들을 중심으로 교과서 개편과 도서 검열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학교 도서관에서는 성소수자나 인종 차별 역사를 다룬 책들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교사들은 수업 중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학부모 단체에 고발당하거나 해고될 수 있다는 공포에 시달렸고, 이는 공교육 현장의 대규모 교사 이탈 사태를 불렀습니다.

반면, 캘리포니아 등 민주당 주(Blue States)들은 이에 반발해 ‘성소수자 학생 보호법’을 강화하며 연방 정부 지침을 거부했습니다. 미국의 공교육은 거주하는 주에 따라 배우는 역사가 다르고, 인정받는 성별이 다른 두 개의 시스템으로 완전히 쪼개졌습니다.

2. 성소수자(LGBTQ+) 권리의 급격한 후퇴

트럼프 행정부는 **‘젠더 이데올로기와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그 핵심 타깃은 트랜스젠더였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강화했던 ‘ 타이틀 나인(Title IX·성차별 금지법)’의 적용 범위를 축소하여, 트랜스젠더 여성이 여성 스포츠 경기에 참여하는 것을 연방 차원에서 전면 금지했습니다.

더 나아가 미성년자에 대한 성전환 호르몬 치료나 수술 등 **‘성 확정 치료(Gender-affirming care)’**를 아동 학대로 규정하고, 이를 시술하는 의료진에 대한 연방 건강보험(Medicaid) 지원을 끊겠다고 압박했습니다. 이로 인해 텍사스와 플로리다 등 남부 지역의 성소수자 가정들은 치료와 법적 보호를 찾아 북동부나 서부로 이주하는 ‘현대판 엑소더스(Exodus)’ 행렬에 올랐습니다.

3. 군대와 관료 사회의 ‘이념 검증’

“우리의 군대는 사회 실험실이 아니다. 오직 승리만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펜타곤(국방부) 내의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부서를 즉각 해체했습니다. 군대 내 다양성 교육 프로그램은 폐지되었고,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는 다시 제한되었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공무원 사회에 대한 ‘사상 검증’이었습니다. 행정명령을 통해 공무원 채용 및 승진 시 DEI 활동 경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금지하고, 오히려 이를 ‘역차별’의 증거로 삼아 징계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이는 연방 정부 내에서 진보 성향 관료들을 솎아내고 충성파로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었습니다.

4. 기업들의 ‘DEI 지우기’와 침묵

‘워크 자본주의(Woke Capitalism)’에 대한 공격도 거세졌습니다. 공화당 법무장관들은 기업들의 DEI 채용 프로그램이 백인과 남성에 대한 차별이라며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디즈니(Disney)나 타겟(Target)처럼 과거 다양성 존중 목소리를 냈다가 보수층의 불매 운동에 시달렸던 기업들은 납작 엎드렸습니다. 포춘 500대 기업들은 홈페이지에서 ‘ESG 경영’이나 ‘다양성’ 문구를 조용히 삭제하고, 다양성 담당 임원(CDO) 자리를 없앴습니다. 기업들은 이제 “정치적 중립”을 표방하며 사회적 이슈에 대해 철저히 침묵하는 생존 전략을 택했습니다.

5. 문화적 분단: 서로 다른 현실을 사는 국민들

이러한 정책 드라이브는 미국인의 일상을 정치화했습니다. 어떤 맥주를 마시는지, 어떤 마트에서 장을 보는지, 주말에 어떤 영화를 보는지가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표식이 되었습니다.

보수 진영은 트럼프의 정책을 “상식의 회복(Return to Common Sense)”이라며 환호했습니다. “내 아이가 학교에서 남자인지 여자인지 헷갈리는 교육을 받지 않아도 되어 안심”이라는 학부모들의 지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우군이었습니다. 반면, 진보 진영과 소수자들은 이를 “존재의 지우기(Erasure)”이자 “혐오의 제도화”라고 절규했습니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 범죄가 증가하고, 온라인상의 갈등이 오프라인 폭력으로 번지는 사례도 빈번해졌습니다.

6. 총평: 하나의 국가, 두 개의 국민

트럼프 2기 1년 임기동안 ‘워크와의 전쟁’은 미국을 ‘문화적 연방 해체’ 단계로 몰아넣었습니다. 법률과 제도는 하나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규범과 가치관은 주(State) 경계선에 따라, 그리고 지지 정당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쟁을 통해 지지층을 강력하게 결집하고 자신의 통치 기반을 다지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양성 속의 통합(E Pluribus Unum)’이라는 미국의 국가적 모토는 심각하게 훼손되었습니다. 서로를 ‘이웃’이 아닌 ‘개조해야 할 대상’ 혹은 ‘타도해야 할 적’으로 바라보는 사회. 2026년을 맞이하는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쪼개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