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경 봉쇄와 군 병력 배치: ‘요새화된 미국(Fortress America)’과 인권의 딜레마
“우리 국경은 더 이상 열려 있지 않다. 들어오려 하지 마라. 당신들은 체포될 것이고, 즉시 쫓겨날 것이다.”
2025년 1월 20일 정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선서 직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그는 남부 국경을 “외세의 침략(Invasion) 현장”으로 규정하고, 펜타곤(국방부)에 병력 이동을 명령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 3,000km에 달하는 미국-멕시코 국경은 거대한 군사 요새로 변모했습니다. 국경수비대(CBP)의 순찰차 대신 장갑차와 무장 군인이 배치되었고, 리오그란데강에는 이중 삼중의 철조망 장벽이 쳐졌습니다. 트럼프 2기 1년 차, 가장 극적이고 논쟁적인 변화를 가져온 ‘국경 봉쇄’의 실태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봅니다.
1. ‘포세 코미타투스’의 파기? 연방군의 전면 배치
과거에도 국경에 주방위군(National Guard)이 배치된 적은 있었으나, 주로 후방 지원 임무였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2기는 금기(Taboo)를 깼습니다. 대통령은 현역 연방군(Active Duty Troops) 수천 명을 국경 최전선에 투입했습니다.
미국 내에서 군대가 법 집행을 할 수 없다는 ‘포세 코미타투스법(Posse Comitatus Act)’ 위반 논란이 거세게 일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것은 법 집행이 아니라 국가 안보를 위한 방어 작전”이라는 논리로 돌파했습니다.
텍사스 이글패스(Eagle Pass)와 애리조나의 주요 월경 포인트에는 군용 험비와 감시 드론, 그리고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24시간 경계를 서는 풍경이 일상화되었습니다. 이 ‘물리적 장벽’의 효과는 즉각적이었습니다. 밀입국 브로커(Coyote)들은 “미군이 발포할 수도 있다”는 공포심을 느끼고 활동을 멈췄으며, 월경 시도 건수는 전년 대비 80% 이상 급감했습니다.
2. ‘잡으면 바로 추방’: 망명 제도의 사실상 폐지
물리적 봉쇄보다 더 높은 벽은 ‘제도의 봉쇄’였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 정부의 ‘캐치 앤 릴리즈(Catch and Release·체포 후 석방하여 재판 대기)’ 정책을 첫날 폐기했습니다. 대신 도입된 것은 **‘즉각 추방(Immediate Removal)’**과 ‘제3국 대기’ 원칙이었습니다.
- 망명 신청 제한: 스마트폰 앱(CBP One)을 통한 사전 예약 없이는 망명 신청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고, 그 예약마저 하루 수십 건으로 제한해 사실상 문을 닫았습니다.
- 잔류 금지: 국경을 넘다 체포된 이들은 수용소에 구금되지 않고, 몇 시간 내에 멕시코 영토로 추방되거나 출신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태워졌습니다. "미국 땅을 밟아도 재판을 받을 기회는 없다"는 메시지가 확실하게 전달되었습니다.
3. 멕시코의 비명: 병목 현상과 인도주의적 위기
미국의 문이 닫히자 그 충격파는 고스란히 멕시코 북부 국경 도시들을 덮쳤습니다. 미국으로 들어가지 못한 중남미 이민자 수십만 명이 티후아나, 시우다드 후아레스 등에 발이 묶이며 거대한 ‘병목 현상(Bottleneck)’이 발생했습니다.
이 지역들은 거대한 난민촌으로 변했습니다. 식량과 물, 의약품이 부족한 텐트촌에서 전염병이 돌고, 좌절한 이민자들을 노리는 멕시코 카르텔의 납치와 인신매매 범죄가 기승을 부렸습니다. 국제 인권 단체들은 이를 “미국이 만든 지옥”이라고 비난했지만, 백악관은 “불법 입국을 시도한 그들의 책임”이라며 지원을 거부했습니다.
멕시코 정부는 미국에 강력히 항의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자를 막지 않으면 멕시코산 자동차에 100% 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하자 결국 자국 군대를 동원해 남부 국경(과테말라 접경)까지 봉쇄하는 대리인 역할을 수행해야 했습니다.
4. 법적·정치적 내전: “침략군인가, 수비대인가”
미국 내부는 이 문제로 둘로 쪼개졌습니다. ACLU(미국시민자유연맹) 등 인권 단체와 민주당 주지사들은 “군대를 동원한 국경 봉쇄는 위헌이며 비인도적 처사”라며 연달아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캘리포니아주는 주방위군의 국경 투입을 거부하며 연방 정부와 정면충돌했습니다.
반면, 텍사스와 플로리다 등 공화당 우세 지역에서는 “드디어 국가가 할 일을 한다”며 환호했습니다. 트럼프 지지층에게 국경 군대 배치는 ‘주권 회복’의 상징이 되었고, 자경단(Vigilantes)들이 국경으로 몰려와 군 작전을 돕겠다며 나서는 혼란스러운 상황도 연출되었습니다.
5. 경제적 부작용: 농장과 건설 현장의 침묵
철통같은 국경 봉쇄는 예기치 못한 경제적 타격을 안겼습니다. 불법 체류 노동력에 의존하던 캘리포니아의 농장, 텍사스의 건설 현장, 전국의 식당과 호텔에서 심각한 **‘구인난’**이 발생한 것입니다.
계절 노동자들의 유입마저 까다로워지자 농작물을 수확하지 못해 밭을 갈아엎는 농가가 속출했고, 이는 식료품 가격 상승(인플레이션)의 한 원인이 되었습니다. 건설 업계는 “일할 사람이 없어 공기를 맞출 수 없다”며 아우성쳤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인 고용을 늘릴 기회”라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6. 총평: 안전해진 요새, 사라진 미국의 가치
트럼프 2기 1년 임기동안 미국 남부 국경은 전 세계에서 가장 통과하기 어려운 국경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불법 월경 제로’에 가까운 수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우는 최대의 치적입니다.
하지만 그 대가로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라는 건국 정체성을 잃었고, 국경 너머에는 인도주의적 재앙이, 국경 안쪽에는 노동력 부족과 인권 논란이 남았습니다. 미국은 이제 안전한 **‘요새(Fortress)’**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요새의 높은 벽이 바깥세상과의 단절을 넘어, 미국 경제와 사회의 활력까지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2026년을 앞둔 시점에서 무겁게 제기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