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각 인사의 난맥상: ‘충성심’이 삼켜버린 전문성, 그리고 의회와의 전쟁
“나는 나를 위해 싸워줄 전사가 필요하다. 질문 많은 학자는 필요 없다.”
2025년, 워싱턴 정가(政街)를 가장 당혹스럽게 만든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사(Personnel)’였습니다. 역대 어느 행정부에서도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이고 논쟁적인 인물들이 국정의 사령탑인 내각(Cabinet)을 채웠습니다.
전통적인 ‘전문성’과 ‘도덕성’ 검증은 생략되었고, 그 자리는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과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철학의 공유’ 여부가 대체했습니다. 지난 1년, 트럼프 2기 내각이 보여준 난맥상과 그로 인한 행정부의 혼란을 5가지 핵심 쟁점으로 분석합니다.
1. ‘충성심 지상주의’: 파격을 넘어선 충격
트럼프 2기 인사의 대원칙은 명확했습니다. “시스템을 파괴할 사람을 시스템의 수장으로 앉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 부처의 기능을 강화하기보다는, 해당 부처의 권한을 축소하거나 기존 정책을 뒤집을 인물들을 장관으로 지명했습니다.
- 법무부: 자신을 수사했던 법무부를 해체 수준으로 개혁하겠다며, 법조 경력이 일천하거나 윤리적 논란이 있는 강성 충성파 정치인을 지명했습니다.
- 국방부: 4성 장군 출신이나 국방 전략가가 아닌, ‘워크(Woke) 문화 척결’을 외치는 예비역 위관급 장교 출신 방송인을 펜타곤의 수장으로 앉혔습니다.
- 보건부: 백신 음모론을 주장하거나 주류 의학계와 대립해 온 인물을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자리에 지명해 과학계를 경악게 했습니다.
이는 워싱턴의 기득권(Establishment)에 대한 선전포고였으나, 동시에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이었습니다.
2. 상원 인준 전쟁과 ‘휴회 임명’의 위협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을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지명자들은 의회 인준 과정에서 극심한 진통을 겪었습니다. 후보자들의 과거 성 추문, 금전 문제, 극단적 발언들이 청문회에서 쏟아져 나오자 공화당 온건파 의원들조차 고개를 저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헌법상 예외 조항인 ‘휴회 중 임명(Recess Appointment)’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상원이 휴회한 틈을 타 의회 동의 없이 장관을 임명하겠다는 이 초유의 시도는 행정부와 입법부 간의 심각한 권력 충돌을 야기했습니다. 결국 일부 후보자는 자진 사퇴하고, 일부는 간신히 인준을 통과했지만, 이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초기 동력(Honeymoon)은 상당 부분 소진되었습니다.
3. ‘직무대행(Acting)’ 체제의 일상화와 불안정성
인준이 지연되거나 거부될 조짐이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와 마찬가지로 ‘직무대행(Acting Secretary)’ 체제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직무대행이 더 좋다. 내 마음대로 교체할 수 있고 더 유연하다.”
트럼프의 이 발언처럼, 2025년 주요 부처의 상당수는 정식 장관이 아닌 직무대행에 의해 운영되었습니다. 이들은 의회의 검증을 받지 않았기에 민주적 정당성이 부족했고, 언제 교체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장기적인 정책을 수립하기보다 백악관의 단기 지시에만 매달렸습니다. 책임은 지지 않고 권한만 행사하는 ‘임시직 장관’들이 국정을 이끄는 기형적인 구조가 고착화되었습니다.
4. ‘아마추어리즘’의 노출과 정책 혼선
충성심만 보고 뽑은 ‘준비되지 않은 장관’들의 미숙함은 곳곳에서 사고를 불렀습니다. 국방부 장관은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와 공개적으로 충돌하며 지휘 체계에 혼란을 주었고, 외교 경험이 전무한 국무부 고위 인사들은 동맹국과의 협상에서 거친 언사를 사용해 외교적 결례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특히 경제 부처 간의 엇박자가 심각했습니다. 재무부 장관과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관세 정책을 놓고 서로 다른 메시지를 시장에 던지는 바람에 주가가 출렁이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관료 사회를 장악하지 못한 장관들이 실무자들을 배제하고 독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다가 법적 절차를 어겨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는 사례도 속출했습니다.
5. ‘이너 서클(Inner Circle)’의 권력 암투
공식적인 내각보다 비선 실세, 즉 백악관 내의 **‘이너 서클’**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현상도 뚜렷해졌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화위원회(DOGE)’가 각 부처 장관보다 더 강력한 예산 삭감 권한을 휘두르며 ‘옥상옥(屋上屋)’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장관들은 자신의 부처를 살리기 위해 대통령의 측근들에게 줄을 서야 했고, 이 과정에서 내각 내 파벌 싸움이 격화되었습니다.
부통령인 J.D. 밴스 라인과 트럼프 가문(Family) 라인, 그리고 일론 머스크 라인 간의 보이지 않는 알력 다툼이 인사 주도권 경쟁으로 번지며, 백악관은 ‘왕좌의 게임’을 방불케 하는 권력 투쟁의 장이 되었습니다.
6. 총평: ‘예스맨(Yes-man)’들의 합창, 그리고 리스크
트럼프 2기 1년 임기동안 내각은 **“대통령의 지시를 거역할 사람은 없지만, 대통령에게 직언할 사람도 없는 조직”**이 되었습니다. 일사불란한 충성 경쟁 덕분에 트럼프의 행정명령들은 속전속결로 집행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교함은 실종되었고, 부작용을 걸러낼 내부 견제 장치는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전문성이 결여된 ‘충성파 내각’이 복잡다단한 글로벌 경제 위기와 지정학적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을지, 시장과 국제사회의 의구심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2026년, 이들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충성 경쟁에만 몰두한다면, 인사 난맥상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조기 레임덕을 부르는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