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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리포트] 2025년 트럼프(2기) 1년 평가, 경제 진단

by 하마로라 2025. 12. 3.

보편적 관세 시행과 물가충격

 

보편적 관세 시행과 물가 충격: ‘트럼플레이션 2.0’의 현실화

 

2025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 연설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자신의 ‘1호 경제 공약’인 관세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Make America Wealthy Again)”라는 슬로건 아래 단행된 이 조치는 모든 수입품에 대한 10~20%의 ‘보편적 기본 관세(Universal Baseline Tariff)’와 중국산 제품에 대한 60%의 징벌적 관세 부과를 골자로 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이 전례 없는 보호무역 실험은 미국 경제에 복합적인 충격을 안겼습니다. 그중 가장 뼈아픈 결과는 단연 ‘물가 충격’입니다. 2024년 말 가까스로 진정세를 보였던 인플레이션이 2025년 하반기 들어 다시 고개를 들며, 이른바 **‘트럼플레이션(Trump+Inflation)’**의 공포가 미국 가계와 기업을 덮쳤습니다.

1. 관세의 역습: 수입 물가의 즉각적 상승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는 외국이 내는 세금”이라고 거듭 주장했지만, 지난 1년의 데이터는 경제학 원론의 예측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습니다. 관세 부과 즉시 수입업체들은 늘어난 비용을 자체 흡수하기보다 소비자가격에 전가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특히 미국 소비재 시장의 의존도가 높은 멕시코, 베트남, 그리고 중국산 완제품의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월마트(Walmart)와 타겟(Target) 같은 대형 소매업체들은 2분기 실적 발표에서 “관세 인상분을 가격표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공식 선언했습니다. 의류, 신발, 장난감, 가전제품 등 서민 생활과 직결된 품목들의 가격이 전년 대비 평균 15% 이상 상승했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중간재’였습니다. 미국 제조업체들이 사용하는 부품과 원자재의 수입 단가가 오르자,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USA)’ 제품의 생산 비용마저 동반 상승했습니다. 이는 미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갉아먹었고, 결국 국내산 제품의 가격까지 끌어올리는 ‘우산 효과(Umbrella Effect)’를 초래했습니다.

2. 공급망의 혼란과 사재기 현상

관세 시행 예고 기간이었던 2025년 1분기, 미국 주요 항만은 대혼란을 겪었습니다. 관세 폭탄이 떨어지기 전에 물량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밀어내기’ 수입이 폭주했기 때문입니다. LA항과 롱비치항의 물동량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에 따른 물류비 급등은 1차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습니다.

하반기에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복잡해진 통관 절차와 고율 관세로 인해 수입망이 막히면서, 특정 품목에서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특히 대중국 관세 60%가 적용된 전자부품과 희토류 관련 공급망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이는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 산업의 생산 차질로 이어졌고, 공급 부족이 가격을 밀어 올리는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Cost-Push Inflation)’이 구조화되었습니다.

3.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재반등과 서민 경제의 고통

2025년 10월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을 기록하며, 연준(Fed)의 목표치인 2%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 역시 고공행진을 이어갔습니다.

이러한 물가 충격은 소득 역진적인 성격을 띠었습니다. 저가 수입품에 의존하던 저소득층 가계의 구매력이 급격히 위축된 것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감세 정책을 통해 가처분 소득을 늘려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식료품과 생필품 가격 상승폭이 감세 효과를 상쇄하고도 남았습니다.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Pew Research)의 12월 조사에 따르면, "생활비 부담이 작년보다 늘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70%에 달했습니다.

4. 연준의 딜레마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보편적 관세’가 촉발한 물가 상승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비롯한 통화 당국을 깊은 딜레마에 빠뜨렸습니다. 경기는 관세 장벽과 무역 분쟁으로 인해 둔화 조짐을 보이는데, 물가는 오르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의 초기 증상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금리를 인하해 경기를 부양하라"고 압박했지만, 연준은 다시 튀어 오른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긴축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이는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부동산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고,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을 높여 투자를 위축시켰습니다.

5. 총평: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관세 만능주의’

트럼프 2기 첫해의 경제 성적표는 **‘관세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관세 수입을 통해 소득세를 대체하겠다는 구상은 물가 폭등이라는 부작용에 가로막혔고, 무역 적자 해소 효과 역시 수입 감소보다 수출 감소(상대국의 보복 관세)가 더 빠르게 나타나며 미미한 수준에 그쳤습니다.

물론, 일부 국내 철강 및 제조업 분야에서는 일시적인 고용 유지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전체 거시경제 관점에서 볼 때, 보편적 관세는 미국 내 소비를 위축시키고 기업의 비용 효율성을 떨어뜨려 미국의 잠재 성장률을 갉아먹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2026년을 앞둔 지금, 시장은 묻고 있습니다. "과연 미국 소비자는 언제까지 이 '보이지 않는 세금'을 감당할 수 있을까?" 트럼프 행정부가 이 물가 충격을 해소할 획기적인 카드를 내놓지 못한다면, 2년 차에는 조세 저항에 버금가는 강력한 소비자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