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미 대화 재개 시도와 난항: ‘브로맨스’의 유효기간 만료와 핵 보유국의 청구서
“김정은은 나를 좋아한다. 나도 그를 좋아한다. 우리는 곧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2025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 연단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열어젖혔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4년 동안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 아래 방치되었던 북미 관계가 다시 한번 ‘톱다운(Top-down)’ 방식의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했습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평양과 워싱턴 사이에는 훈풍 대신 차가운 계산서만이 오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러브콜은 계속되었지만, 돌아온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싸늘한 침묵과 더욱 정교해진 핵 능력이었습니다. 지난 1년간 북미 대화가 왜 재개 시도에 그치고 난항에 빠졌는지, 그 ‘동상이몽(同床異夢)’의 현장을 심층 분석합니다.
1. ‘러브레터 시즌 2’와 평양의 달라진 눈높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국무부 실무 라인을 배제하고 자신의 최측근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친서를 전달했습니다. 내용은 간결했습니다. “하노이의 실패를 잊고, 새로운 거래(New Deal)를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경제 제재의 일부 완화와 평양 연락사무소 개설을 당근으로 제시하며, 2025년 상반기 내 싱가포르나 판문점에서의 만남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2025년의 김정은은 2019년의 김정은이 아니었습니다. 2019년 하노이 회담 당시, 북한은 제재 해제가 절실한 ‘협상가’의 위치였습니다. 그러나 2025년의 북한은 ‘사실상의 핵 보유국’을 자처하는 ‘전략가’의 위치로 올라서 있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의 친서에 대해 노동당 부부장 김여정의 담화를 통해 응답했습니다.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완전히 철회하고, 우리의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한 마주 앉을 이유가 없다.” 과거처럼 정상회담 쇼(Show) 자체에 흥분하기보다는, 회담의 ‘몸값’을 천정부지로 높여 부르기 시작한 것입니다.
2. ‘비핵화’ vs ‘군축’: 좁혀지지 않는 간극
대화가 공전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협상의 ‘입구’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여전히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라는 목표를 공식적으로는 버리지 못했습니다. 최소한 영변 핵시설 폐기 플러스 알파(+α)가 있어야 제재를 풀어줄 명분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반면, 북한은 ‘비핵화 협상’ 자체를 거부했습니다. 대신 그들은 **‘군축 회담(Arms Control Talks)’**을 요구했습니다. 즉, 미국이 북한을 인도나 파키스탄 같은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핵 동결(더 이상 만들지 않음)을 대가로 제재를 풀라는 것입니다.
2025년 여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극비리에 열린 북미 실무 접촉은 이 간극을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미국 측 대표가 “비핵화 로드맵”을 꺼내자 북한 측 대표는 “핵 무력은 헌법에 명시된 국체”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조차 국내 정치적 역풍(민주당의 공격) 때문에 ‘핵 용인’이라는 카드를 덜컥 받기는 어려웠습니다.
3. ‘푸틴’이라는 강력한 뒷배와 북러 밀월
북한이 트럼프의 구애에 콧대 높게 굴 수 있는 배경에는 러시아가 있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결성된 ‘북러 조약’은 2025년 더욱 공고해졌습니다.
러시아는 북한에 식량과 에너지는 물론, 정찰위성과 핵잠수함 관련 핵심 기술을 제공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에게 굽히고 들어가 제재를 완화 받는 것보다, 러시아에 포탄과 미사일을 팔아 경제를 돌리는 것이 훨씬 안전하고 실속 있는 선택지가 되었습니다.
“푸틴이 주는데 왜 트럼프에게 구걸하겠는가?” 워싱턴의 외교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셈법이 이렇게 바뀌었다고 진단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푸틴과도 친하니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3각 관계(미-북-러)의 엉킨 실타래는 그의 개인기로 풀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4.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의 공포와 한미 엇박자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극심한 소외감과 안보 불안을 겪어야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직거래를 시도하며 한국 정부의 ‘담대한 구상’이나 ‘원칙적 대응’ 기조를 무시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일각에서 **‘ICBM(미국 본토 타격용)만 폐기하면 단거리 미사일(한국/일본 타격용)은 용인할 수 있다’**는 식의 타협안이 흘러나오자, 서울의 여론은 들끓었습니다. 이는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을 자극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특사단을 워싱턴에 급파해 “동맹을 패싱한 북미 거래는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달하며 진땀을 흘려야 했습니다.
5. ICBM 도발과 긴장의 재고조
대화가 지지부진하자 김정은 위원장은 다시 ‘벼랑 끝 전술’을 꺼내 들었습니다. 2025년 11월, 북한은 미 본토 전역을 타격권에 두는 고체연료 ICBM ‘화성-19형’을 정상 각도로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했습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동시에, “대화하고 싶으면 몸값을 더 가져오라”는 무력 시위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격노하며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시절의 거친 언사를 잠시 내뱉기도 했지만, 곧바로 “여전히 김정은과 통화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습니다. 그러나 미 항모전단이 동해로 진입하고 전략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며, 2025년 연말의 한반도 긴장 수위는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6. 총평: 낭만은 사라지고 ‘거래’만 남았다
트럼프 2기 1년 임기동안 북미 관계는 **‘실패한 재회’**로 요약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싱가포르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었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더 이상 트럼프라는 인물 자체를 신뢰하지 않았으며, 오직 ‘핵 보유국 인정’이라는 실리만을 집요하게 요구했습니다.
이제 북미 관계에서 ‘브로맨스’라는 낭만적인 포장지는 벗겨졌습니다. 남은 것은 서로의 약점을 쥐고 흔드는 차가운 ‘거래(Deal)’의 세계뿐입니다. 전문가들은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성과를 위해 북한의 핵 동결과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스몰 딜(Small Deal)’**을 무리하게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 경우 한국의 안보가 담보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한반도는 시계 제로의 안개 속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