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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리포트] 트럼프(2기) 1년 평가, 가상자산 시장 분석

by 하마로라 2025. 12. 4.

암호화폐 친화 정책

 

암호화폐 친화 정책: ‘가상자산 수도’를 향한 질주와 디지털 골드러시

"미국을 지구의 가상자산 수도(Crypto Capital of the Planet)로 만들겠다. 비트코인을 팔지 말라."

2024년 여름, 내슈빌 비트코인 컨퍼런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던진 이 약속은 허언이 아니었습니다. 2025년 1월 취임과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년간 바이든 정부가 쌓아 올린 가상자산 규제 장벽을 불도저처럼 밀어버렸습니다.

백악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비트코인은 사상 최초로 10만 달러(1억 4천만 원) 고지를 밟았고, 블록체인 산업은 음지에서 양지로, 변방에서 월스트리트의 중심으로 급격하게 이동했습니다. 지난 1년간 미국 금융 지형을 뒤흔든 '가상자산 친화 정책'의 실체와 그 파장을 심층 분석합니다.

1. ‘규제 저승사자’의 퇴장과 정책의 대전환

트럼프 2기 가상자산 정책의 시작은 상징적인 인사의 교체였습니다. 업계 공적 1호로 불리던 게리 겐슬러(Gary Gensler) SEC(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취임 첫날 사실상 해임되었습니다. 그 자리는 "코인은 증권이 아닌 상품"이라는 입장을 가진 친(親)크립토 성향의 인물로 채워졌습니다.

이 변화는 즉각적인 효과를 냈습니다.

  • 소송 취하 및 합의: 코인베이스(Coinbase), 리플(Ripple) 등 주요 기업을 옥죄던 SEC의 소송들이 줄줄이 취하되거나,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조기 합의되었습니다.
  • 규제 명확성 확보: '집행을 통한 규제(Regulation by Enforcement)'가 사라지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었습니다. 이는 기업들이 법적 리스크 없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습니다.
  • CBDC 금지: 트럼프 대통령은 "디지털 달러(CBDC)는 정부의 감시 도구"라며 연준의 CBDC 발행 계획을 전면 중단시켰습니다. 대신 민간 스테이블코인(USDC, USDT 등)의 발행과 유통을 장려하여 달러 패권을 디지털 공간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2. 국가 전략 자산이 된 비트코인

가장 파격적인 행보는 **‘미국 정부의 비트코인 보유 선언’**이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법무부 등이 범죄 수익 환수 등을 통해 보유하고 있던 약 20만 개의 비트코인을 매각하지 않고 **‘전략적 비축 자산(Strategic Reserve)’**으로 전환하는 행정명령을 검토 및 추진했습니다.

비록 의회의 반대로 새로운 비트코인을 대량 매입하는 법안(루미스 법안 등)이 즉각 통과되지는 못했으나, "미국 정부는 비트코인을 팔지 않는다"는 시그널만으로도 시장은 열광했습니다. 이는 비트코인에 '디지털 금'이라는 확실한 정당성(Legitimacy)을 부여했고, 다른 국가들의 국부펀드나 중앙은행들도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을 담게 만드는 'FOMO(소외 공포)' 현상을 유발했습니다.

3. 은행 빗장의 해제와 월스트리트의 진격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은행들이 가상자산을 수탁(Custody)하거나 취급하지 못하게 했던 그림자 규제(SAB 121 등)가 폐지되었습니다. 빗장이 풀리자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월스트리트의 거대 자본이 썰물처럼 밀려들었습니다.

  • ETF의 다변화: 비트코인, 이더리움에 이어 솔라나(SOL), 리플(XRP) 현물 ETF가 승인되며 기관 투자자들의 선택지가 넓어졌습니다.
  • 전통 금융과 디파이의 결합: 은행들이 직접 고객의 비트코인을 보관해주고, 이를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상품이 출시되었습니다. 나스닥 상장 기업들이 재무제표에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명기하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4. ‘에너지 패권’과 채굴 산업의 부흥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인 '드릴 베이비 드릴'은 가상자산 채굴 산업과 완벽한 짝을 이뤘습니다. 환경 문제를 이유로 채굴장을 규제하던 바이든 정부와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비트코인 채굴은 미국의 에너지 경쟁력을 높이고 전력망을 안정화한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텍사스와 와이오밍 등 공화당 우세 주(Red States)를 중심으로 대규모 채굴 데이터 센터가 건설되었습니다. 셰일 가스 채굴 현장에서 버려지는 가스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고 즉시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방식이 장려되었습니다. 그 결과, 중국계 자본이 빠져나간 글로벌 해시레이트(채굴 연산 능력) 시장에서 미국의 점유율은 압도적인 1위를 굳혔습니다.

5. 그림자: 과열, 투기, 그리고 양극화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은 법입니다. 전례 없는 호황은 부작용을 동반했습니다. 규제가 풀리자 검증되지 않은 '밈 코인(Meme Coin)'과 스캠 프로젝트들이 난립하며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모두가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환상 속에 묻지마 투기가 성행했고, 레버리지(빚) 투자가 급증하며 시장의 변동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습니다.

또한, 제도가 정비되면서 시장이 기관 위주로 재편됨에 따라, 정보력과 자본력을 갖춘 월가 세력이 수익을 독식하는 현상이 심화되었습니다. 가상자산의 본래 이념인 '탈중앙화'가 약화되고, **'월스트리트화(Wall Street-ization)'**되었다는 비판이 초기 개발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었습니다.

6. 총평: 주류(Mainstream)로의 편입, 그러나 험난한 항해

2025년, 트럼프 2기 1년 차는 가상자산이 '인터넷의 재미있는 돈'에서 **'국가와 기관이 인정하는 제도권 자산'**으로 완전히 신분 상승한 해로 기록될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속을 지켰고, 시장은 폭등으로 화답했습니다. 미국은 명실상부한 크립토 패권국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급격한 팽창은 버블 붕괴의 위험 또한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2년 차로 쏠립니다. 과연 이 거대한 디지털 자산 시장이 실물 경제와 건전하게 융합되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인지, 아니면 규제 풀린 카지노로 전락하여 금융 위기의 뇌관이 될 것인지. 트럼프의 '가상자산 실험'은 이제 막 1막을 끝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