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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리포트] 트럼프(2기) 1년 평가, 에너지 정책 평가

by 하마로라 2025. 12. 4.

에너지 규제 철폐와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

 

에너지 규제 철폐와 ‘드릴 베이비 드릴’: 화석연료의 부활, 그 명과 암. 

"우리의 발밑에 액체로 된 금(Liquid Gold)이 흐르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퍼 올릴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유세 내내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 마구 파내라)’**이라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그리고 2025년 취임 첫날, 그는 집무실 책상에 앉자마자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 변화 대응 정책을 백지화하는 일련의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지난 1년, 미국은 다시 한번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패권국’을 향해 질주했습니다. 환경 규제는 철폐되었고, 유정의 시추공은 쉴 새 없이 돌아갔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가져온 지난 1년의 변화와 그 경제적, 환경적 파장을 정밀 분석합니다.

1. ‘바이든 지우기’와 규제 족쇄의 해제

트럼프 2기 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공급의 무제한 확대’**였습니다. 이를 가로막는 모든 연방 규제는 ‘불필요한 관료주의’로 규정되어 제거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상징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를 압박해 청정에너지 보조금을 대폭 축소하고, 남은 예산 집행을 동결했습니다. 대신 그 자리에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세제 혜택과 시추 허가 패스트트랙(Fast-track)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알래스카 국립야생동식물보호구역(ANWR)의 시추가 다시 허용되었고, 멕시코만 연안의 셰일가스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승인되었습니다. 환경보호청(EPA)의 권한은 대폭 축소되어,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 기준이 완화되고 화력발전소에 대한 탄소 포집 의무화 계획도 폐기되었습니다.

2. 사상 최대의 원유 생산, 그러나… ‘유가 하락’은 어디에?

규제 완화의 효과로 2025년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일일 1,450만 배럴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데이터상으로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압도하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산유국 지위를 공고히 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호언장담했던 “에너지 비용 50% 절감”은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휘발유 가격은 취임 전보다 소폭 하락하며 안정세를 보였으나, 드라마틱한 폭락은 없었습니다. 여기에는 복잡한 글로벌 역학 관계가 작용했습니다.

첫째, **글로벌 오일 메이저들의 ‘자본 규율’**입니다. 셰일 기업들은 규제가 풀렸다고 해서 무작정 공급을 늘려 가격을 떨어뜨리기보다는, 적정 수준의 고유가를 유지하며 주주들에게 배당을 주는 것을 선호했습니다. 둘째, 지정학적 리스크입니다. 중동 정세 불안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국제 유가의 바닥(Floor) 자체가 높게 형성되었습니다. 셋째, 수출 확대입니다. 늘어난 생산량의 상당 부분이 미국 내 소비가 아닌 유럽과 아시아로의 LNG 수출로 빠져나갔습니다. 미국이 ‘세계의 주유소’ 역할을 자처하면서, 정작 미국 내수 가격 인하 효과는 제한적이었습니다.

3. 전기차(EV)와 신재생에너지의 ‘겨울’

‘드릴 베이비 드릴’의 반대편에는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위기가 있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 의무화 폐지” 선언은 자동차 업계의 판도를 뒤흔들었습니다.

포드(Ford)와 GM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전환 계획을 대폭 수정하고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을 다시 늘렸습니다. 보조금 폐지로 인해 전기차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테슬라(Tesla)의 경우 일론 머스크의 정치적 입지로 인해 규제 칼날을 일부 피했으나, 전반적인 전기차 생태계는 투자 위축으로 인한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이 장기화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 업계는 더욱 심각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금리가 치솟은 상황에서 정부 지원마저 끊기자, 다수의 해상 풍력 프로젝트가 좌초되었습니다. 이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줄이겠다는 미국의 국가 목표가 사실상 폐기되었음을 의미했습니다.

4. 국제 사회의 반발과 ‘기후 고립주의’

대외적으로 미국은 ‘기후 악당’이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 기후협약 재탈퇴를 공식화하며 국제 사회의 탄소 중립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이는 미국의 전통적 동맹인 유럽연합(EU)과의 심각한 무역 갈등으로 번졌습니다. EU는 미국의 환경 규제 완화가 ‘불공정 보조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미국산 제품에 대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화석연료로 비용을 낮춰 만든 미국 제품이 유럽 국경에서 ‘탄소 관세’를 맞아 가격 경쟁력을 잃는 역설적인 상황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5. 에너지 안보의 강화와 LNG 외교

물론 긍정적인 평가도 존재합니다. 셰일 오일과 가스의 막대한 생산량은 미국의 **에너지 안보(Energy Security)**를 획기적으로 강화했습니다. 미국은 더 이상 중동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완전한 ‘에너지 독립’을 달성했다고 자평합니다.

또한, 풍부한 천연가스는 강력한 외교 카드가 되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에게 “러시아나 중동의 에너지를 끊고 미국의 LNG를 사라”고 압박하며, 이를 무역 협상이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했습니다. 이는 단기적으로 미국의 무역 수지를 개선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6. 총평: 현재를 위해 미래를 태우다

트럼프 2기 1년 임기동안의 에너지 정책은 **“현재의 풍요를 위해 미래의 환경과 기술 경쟁력을 희생했다”**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화석연료 규제 철폐는 단기적으로 에너지 기업의 이익을 늘리고 미국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가 청정에너지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미국만 홀로 내연기관과 화석연료 시대로 회귀하는 것은 장기적인 산업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중국이 태양광과 배터리 시장을 독식해가는 2025년, 미국은 땅속의 석유를 퍼 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 선택이 10년 후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 것인지, 아니면 ‘낙후되게’ 만들 것인지, 역사는 2025년을 중요한 분기점으로 기록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