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지율의 양극화 고착: ‘콘크리트 바닥’과 ‘강철 천장’ 사이, 둘로 쪼개진 미국
"미국은 이제 하나의 나라가 아니다. 서로 다른 현실을 사는 두 개의 부족(Tribes)이 거주하는 영토일 뿐이다."
2025년 12월, 갤럽(Gallup)을 비롯한 주요 여론조사 기관들의 데이터를 종합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연중 내내 42%에서 45% 사이의 박스권에 갇혀 있었습니다.
과거 행정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허니문 효과(취임 초 지지율 급등)’도, 대형 악재에 따른 ‘급락’도 없었습니다. 오직 요지부동의 **‘양극화(Polarization)’**만이 존재했습니다. 지난 1년, 트럼프 2기는 어떻게 미국 국민을 열광하는 4할과 절망하는 5할로 완벽하게 갈라놓았는지, 그 콘크리트 지지율의 비밀과 위험성을 분석합니다.
1. 절대 깨지지 않는 바닥: MAGA의 결집과 효능감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40%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핵심 지지층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세력에게 지난 1년은 ‘승리의 역사’였기 때문입니다.
진보 진영이 “민주주의의 파괴”라고 비판하는 지점들이, 지지층에게는 “약속의 이행”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 국경 봉쇄: “불법 이민자가 사라졌다”는 가시적인 성과는 지지층에게 강력한 정치적 효능감을 주었습니다.
- 문화 전쟁: 학교에서 LGBTQ 교육을 금지하고, 다양성(DEI) 정책을 폐기한 것은 보수 기독교 복음주의 세력에게 ‘도덕적 승리’로 간주되었습니다.
- 리더십: 그들은 트럼프의 거친 언행을 ‘결례’가 아닌 기득권과 싸우는 ‘전사의 용기’로 해석했습니다.
물가 상승이나 금리 급등과 같은 경제적 고통조차 이들의 지지를 철회시키지 못했습니다. 지지층은 경제난의 원인을 트럼프의 정책 실패가 아닌, “연준(Fed)의 방해”나 “딥스테이트의 공작”으로 돌리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을 보이며 결집력을 더욱 강화했습니다.
2. 뚫을 수 없는 천장: ‘비토(Veto) 층’의 분노와 공포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아무리 노력해도 50%를 넘지 못했습니다. 그를 혐오하는 반대층의 벽이 ‘강철’처럼 단단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지지층과 중도 진보 세력에게 2025년은 ‘악몽’이었습니다. 사법 시스템의 무력화, 환경 규제 철폐, 그리고 낙태권 제한 움직임은 이들에게 단순한 정책 불일치를 넘어선 **‘실존적 위협’**으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여성과 고학력자, 도시 거주민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모든 조치에 대해 격렬한 거부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들은 트럼프가 경제를 살린다고 해도 지지할 의사가 전혀 없는 **‘네거티브 파르티잔십(Negative Partisanship·상대 정당이 싫어서 투표하는 성향)’**의 극단을 보여주었습니다. "트럼프는 안 된다"는 정서는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신념이 되었습니다.
3. ‘스윙 보터(Swing Voter)’의 실종과 중도의 증발
2025년 정치 지형의 가장 큰 특징은 **‘중도층의 소멸’**입니다. 과거 선거의 승패를 갈랐던 무당층이나 중도 성향 유권자들은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트럼프 2기의 정책들이 워낙 급진적이고 선명하다 보니, 유권자들은 “찬성이냐 반대냐”의 양자택일을 강요받았습니다.
- 찬성파: 국경을 막고 세금을 깎는 강력한 리더십을 원한다면 트럼프 편.
- 반대파: 민주주의 제도를 지키고 다양성을 존중한다면 반트럼프 편.
중간 지대에서 타협을 모색하거나 “경제는 트럼프, 사회는 민주당” 식의 교차 투표(Split Voting)를 하는 유권자는 급감했습니다. 이는 정치적 대화의 단절을 의미하며, 선거가 설득의 장이 아닌 ‘자기 편 동원(Turnout)’ 싸움으로 변질되었음을 시사합니다.
4. 젠더와 세대 갈등: ‘남초 트럼프’ vs ‘여초 반트럼프’
양극화는 인구통계학적으로 뚜렷한 **‘젠더 디바이드(Gender Divide)’**를 드러냈습니다. 20대와 30대 남성들 사이에서 트럼프 지지율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남성성을 회복하자"는 트럼프의 메시지와, 페미니즘 및 PC(정치적 올바름) 주의에 대한 반감이 젊은 남성들을 결집시킨 것입니다.
반면, 2030 여성들은 트럼프 행정부를 가장 강력하게 비토하는 세력이 되었습니다. 낙태권 이슈와 여성 혐오적 발언들에 대한 반감으로 인해, 젊은 세대 내에서 남녀 간 정치 성향 격차는 건국 이래 가장 크게 벌어졌습니다. 이는 가정 내 불화와 연애/결혼 기피 현상으로까지 이어지는 사회적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5. 미디어의 요새화: 서로 다른 사실(Facts)을 믿는 나라
지지율 고착화의 주범 중 하나는 미디어 환경입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루스 소셜(Truth Social)’과 보수 유튜버, 폭스 뉴스를 통해 세상을 봅니다. 그곳에서 트럼프는 경제를 살리고 나라를 구한 영웅입니다. 반대자들은 CNN, NYT, 그리고 진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봅니다. 그곳에서 트럼프는 독재자이자 경제 파탄의 주범입니다.
서로 공유하는 ‘사실(Facts)’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지지율 변동이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경제 지표가 나쁘게 나와도 한쪽은 “가짜 뉴스”라 믿고, 좋게 나와도 다른 쪽은 “조작된 통계”라 믿는 ‘진실의 죽음’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6. 총평: 분열된 합중국(Divided States of America)
트럼프 2기 1년 임기동안 지지율 성적표는 40% 초반입니다. 수치상으로는 낮아 보이지만, 그 결속력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강력합니다. 동시에 그에 대한 반대 여론 역시 그 어느 때보다 견고합니다.
이 **‘고착된 양극화’**는 2년 차 국정 운영에 양날의 검이 될 것입니다. 콘크리트 지지층 덕분에 탄핵이나 레임덕의 위기는 쉽게 넘길 수 있겠지만, 국민의 절반 이상을 적으로 돌린 상태에서는 어떤 정책도 지속 가능한 동력을 얻기 힘듭니다.
타협이 사라지고, 상대방을 ‘동료 시민’이 아닌 ‘박멸해야 할 적’으로 여기는 심리적 내전 상태. 이것이 2026년을 맞이하는 미국의 슬픈 자화상이며, 트럼프 2기가 남긴 가장 뼈아픈 사회적 유산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