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력 구조의 불확실성 증대: ‘지는 태양’과 ‘떠오르는 별들’의 위험한 동거
“백악관에는 두 개의 시계가 돌아간다. 하나는 트럼프의 시간이고, 다른 하나는 ‘포스트 트럼프’의 시간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47대 대통령으로 백악관에 복귀한 지 1년. 겉으로 보기에 그의 권력은 절대적인 것처럼 보입니다. 행정부는 충성파로 채워졌고, 의회는 공화당이 장악했습니다. 그러나 그 화려한 권좌의 밑바닥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균열과 불확실성의 마그마가 끓어오르고 있습니다.
헌법상 3선이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예고된 레임덕(Lame Duck)’**이라는 숙명을 안고 시작했습니다. 1년 차인 지금,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미 “트럼프 이후(After Trump)”를 노리는 세력들의 암투가 수면 위로 부상했습니다. 제왕적 대통령의 권위와 차기 권력의 욕망이 충돌하는 백악관의 권력 지도를 해부합니다.
1. 22조 수정헌법의 딜레마: 빨라진 권력 누수 시계
미국 헌법 제22조(대통령 3선 금지)는 트럼프 2기의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1기 때는 재선이라는 목표가 행정부와 당을 하나로 묶어주는 구심점 역할을 했지만, 2기에는 그 목표가 사라졌습니다.
모든 참모와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의 임기가 2029년 1월 20일에 끝난다는 것을 압니다. 이로 인해 충성심의 유효기간은 짧아졌고, 권력의 무게중심 이동은 예상보다 훨씬 빨리 시작되었습니다. 2025년 하반기부터 이미 공화당 내 잠룡들은 트럼프의 눈치를 보면서도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관료들은 장기적인 정책 지시보다 차기 유력 주자의 의중을 살피는 ‘줄타기’에 들어갔습니다.
2. J.D. 밴스: ‘조용한 2인자’인가, ‘성급한 황태자’인가
권력 암투의 중심에는 부통령 **J.D. 밴스(J.D. Vance)**가 있습니다. 40대의 젊은 기수이자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의 적통 후계자로 불리는 그는, 과거 마이크 펜스 부통령처럼 그림자 내조에 만족할 생각이 없음을 1년 내내 보여주었습니다.
밴스 부통령은 외교와 기술 정책 분야에서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강경하고 선명한 목소리를 내며 독자적인 세력 구축에 나섰습니다. 백악관 웨스트윙(West Wing) 내에서는 밴스 사단과 트럼프 원로 그룹 간의 알력 다툼이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압도하려는 2인자의 존재를 불편해하면서도, 고령의 나이 때문에 실무적인 권한을 그에게 상당 부분 이양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호사가들은 현재의 백악관을 **“사실상의 이원 집정부제(Dual Executive)”**라고 부르며, 두 태양 사이의 긴장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고 평가합니다.
3. 가족 비즈니스: 트럼프 왕조(Dynasty)의 수성 전략
밴스 부통령의 부상을 견제하는 것은 트럼프의 가족들입니다.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 에릭 트럼프, 그리고 공화당 전국위원회(RNC)를 장악한 며느리 라라 트럼프는 ‘트럼프 왕조’의 지속을 위해 당을 사유화했습니다.
이들은 내각 인사와 공천권에 깊숙이 개입하며, 밴스 부통령이나 다른 잠룡들이 트럼프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감시했습니다. “트럼프의 피가 섞이지 않으면 믿을 수 없다”는 가족 중심주의는 백악관의 의사 결정 구조를 폐쇄적으로 만들었고, 공식 라인보다 ‘비선(Family Line)’이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혼란을 가중시켰습니다.
4. ‘일론 머스크’라는 외부 행성
권력 구조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 변수는 **일론 머스크(Elon Musk)**와 같은 외부의 ‘슈퍼 파워’들입니다. 트럼프 당선의 일등 공신인 머스크는 ‘정부효율화위원회(DOGE)’를 이끌며 예산 삭감과 규제 철폐의 전권을 휘둘렀습니다.
그는 선출직 공무원도, 임명직 장관도 아니지만, 대통령과의 친분을 무기로 내각 위에 군림했습니다. 전통적인 공화당 정치인들과 관료들은 머스크의 ‘창조적 파괴’ 방식에 격렬히 저항했고, 백악관은 ‘정치 기술자’들과 ‘실리콘밸리 기술자’들 간의 전장이 되었습니다. 머스크의 돌발적인 트윗 한 줄이 정부의 공식 발표를 뒤집는 일이 반복되면서 정책의 예측 가능성은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5. 고령 리스크: 건강과 인지 능력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
80세를 바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문제는 이 모든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근본적인 리스크입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말실수를 하거나 피로한 기색을 보일 때마다, 주식 시장이 출렁이고 워싱턴 정가에는 온갖 루머가 돌았습니다.
“대통령이 임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은 권력 누수 현상을 가속화했습니다. 만약의 사태(유고) 시 권력을 승계할 밴스 부통령에게 힘이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더욱더 강박적으로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려 했고, 이는 무리한 일정 소화와 충동적인 정책 발표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았습니다.
6. 총평, 권력의 진공(Vacuum)과 불안한 항해
트럼프 2기 1년 임기동안 백악관은 강력해 보이지만 내부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입니다. 대통령은 레임덕을 막으려 하고, 부통령은 미래를 당겨오려 하며, 가족들은 유산을 지키려 하고, 외부 실세들은 지분을 챙기려 합니다.
이 복잡한 4각 파도 속에서 국가의 장기적인 비전이나 전략은 실종되었습니다. 정책은 어느 파벌이 그날 대통령의 귀를 잡았느냐에 따라 조변석개(朝變夕改)하고 있습니다. 2026년 중간선거가 다가올수록 이 권력 암투는 더욱 처절해질 것입니다. 통제되지 않는 권력 구조의 불확실성, 이것이야말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안고 있는 가장 큰 ‘지정학적 리스크’일지도 모릅니다. 세계 최강대국의 조종실(Cockpit)에서 기장과 부기장, 그리고 승객들이 조종간을 놓고 다투는 형국입니다.